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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후기

21세기 장원급제

후기자 2020. 4. 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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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자의 4월 기자수첩 제목은 <21세기 장원급제>

과거제도 -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관리를 뽑는 시험은 오래 전부터 실시됐다. 신라 때도 ‘독서삼품과’라는 시험을 통해 관리를 뽑았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과거 제도가 시행된 것은 고려의 제4대 임금인 광종 때부터였다. 광종은 왕권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출신인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실력이 있되 충성심이 높은 관리를 뽑는 과거 제도를 시행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1세기에 과거시험이 생겨났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서 한 공기업의 직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진행된 것.

축구장에서 펼쳐진 한 공기업 필기시험 - 사진 출처는 연합뉴스

2천여평 규모의 천연잔디 축구장 한가운데 좌우 5m 간격으로 140여개의 책상과 의자가 놓였고 응시생들은 담담히 시험을 치렀다. 코로나19가 만든 이색적인 풍경, 의외로 반응은 좋았다. 공사의 이같은 야외 필기시험은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고심 끝에 짜낸 방안이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속에서도 구직활동은 이뤄진다.

내가 서있는 이곳을 사람들은 ‘희망도, 꿈도 없는 지옥,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갈수록 심각한 취업난으로 구직은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헬조선에서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말은 ‘불합격’이다.

이런 속에서 국가기술자격시험은 결국 또 연기됐다. 시험을 더 이상 미룰 경우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력 수급과 청년 취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규모 수험생이 응시하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다음달 5일까지로 연장됨에 따라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국가기술자격 시험인 제1회 기사·산업기사·서비스 필기시험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광주·전남에서 3만1천명이 응시하는 대규모 시험으로, 많은 인원이 시험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수험생간 적정거리(2m) 확보가 불가능했다. 응시생 중에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적절한 조치라고 반기는 이도 있는 반면, 아쉬움을 내비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시험은 축구장에서 치러지고, 또 어떤 시험은 계속해서 연기됐다. 하지만 조급해 할 일은 없다. 21세기 장원급제는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아무 일이나 할 수 없지 않은가.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 기다림이 더 큰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그동안 죽어라 공부만 해서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 지독한 딜레마에서 어서 빨리 탈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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