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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후기

수험생에게 반한 ‘금사빠’ 감독관

후기자 2019. 12. 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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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로맨틱한 말이 때로는 소름끼칠 때가 있다. 결전의 날 대학수학시험(수능)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사랑은 죄가 없다하였거늘 사람이 문제다.

사랑의 방정식

열아홉살의 수험생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낯선 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면이 있다고? 수험생이 시험지를 보고 문제를 풀고 있을 때 감독관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놓치고 싶지 않아”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수능 감독관에 대한 이야기. 그는 현직 교사 31살이고, 수험생은 이제 스무살 대학생이 되었다.

지난해 2019학년도 대학수학시험(수능) 중 수험생 응시원서 개인정보를 보고 사적으로 연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감독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수능 감독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카톡 왔어요”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 열린 수능 감독 중 응시원서의 이름, 연락처 등을 보고 수험생 B씨에게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메시지(카톡)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이라고 정의됐다.

반면 ‘개인정보 취급자’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임직원, 파견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등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자는 교육부, 지방교육청 등으로 봐야 한다”면서 “A씨는 정보를 제공받은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취급자는 개인정보를 누설 및 제공하는 행위, 훼손·변경·위조 또는 유출 행위 등이 금지될 뿐”이라며 “이 사건에 해당하는 이용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하면서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그같은 사정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1년이 넘어 나온 판결이다.  31살 감독관은 형사 처벌은 면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피할 수 없고, 스무살이 된 수험생은 대학 1학년을 잘 마무리 했으리라...

공공기관 근무자가 공적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사적인 용도로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이를 처벌할 법 조항은 없어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상정보를 손에 쥔 공공기관 관계자의 연락에 상당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 법이 없다면 기관 차원에서라도 중징계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지난 7월 전북 고창에서도 한 순경이 국제면허증발급을 받은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견책 처분에 그치기도 했다.

때로는 사랑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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