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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

꼭 풀어야할 숙제, 극지

후기자 2019. 8. 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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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자가 대학생 시절, 극지연구 논술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한 글. 논제는 '인류공영을 위한 극지연구의 길'

북극

춥고 아주 먼 곳에서 떨어진 책을 주워 한 장 넘긴다. 어찌나 차갑던지 손가락 마디에 고드름이 생겨났지만 그 고드름마저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차가운 손으로 낚싯대를 던지며 책을 마저 살핀다. 이곳에 온지 며칠이나 흘렀지만 변한 건 조금씩 이 날씨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펼쳐진 책에는 아직 쓰지 못한 것인지 글씨가 지워진 것인지 ‘인류공영을 위한 극지연구’라는 제목만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번영함을 위해 이곳을 연구한다는 이 책은 어느새 다시 얼어붙어있다.

책의 제목대로 과연, 극지가 인류공영을 위한 것일까.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극지로 인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번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포함된다는 것을 빠뜨렸기 때문이다. 지구상 모두에게 있어 극지는 소중한 존재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단단한 낚싯대가 순식간에 휘더니 ‘탁’소리와 함께 부러져 버렸다. 너무 놀라 바다를 쳐다보니 커다란 그림자 뒤로 빨간 선 하나가 그려졌다. 그림자 크기로 보아 틀림없는 고래였다. 커다란 고래가 낚싯바늘에 걸려 빨간 선을 그린 것이다.

이때 썼던 미끼는 바로 ‘크릴새우’였다. 크릴새우의 생태습관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다. 한 마리의 크릴을 먹기 위해 고래가 잡힐 뻔했던 이 사건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크릴이 바다 속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먹이망의 중심인 크릴이 먹이 사슬로 다 잡혀 먹혔단 말인가.

크릴의 소비자는 고래, 물개, 조류, 어류와 오징어까지가 아니라 이제는 인간까지가 되었다. 인간은 가장 늦게 소비자에 합류했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 영향력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인류는 점차 늘어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번식량이 빠르고 숫자도 많은 크릴을 뽑았지만 이젠 상상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고래에게는 미안하지만 덕분에 좋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크릴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래님의 희생이 있었지만 앞으로 미리 연구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미끼로 크릴새우를 썼던 것도 문제점을 알게 된 이유가 되겠지만 인간이 계기가 되었고 지금 낚시를 한 이 미끼 또한 잘못된 것이다.

낚시를 접고 사흘밤새 걸쳐 만든 이글루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빙산의 일부가 잘려나갔는데 빙산의 일부에 이글루가 있었다. 이는 빙하와 빙산이 충돌하여 새로운 빙산을 형성한 것으로 이곳에선 가끔씩 있는 일이다. 이글루를 잃어버린 슬픔에 눈물을 흘리자 눈물이 얼어버렸다. 눈물이 멈춰야 하는데 더 큰 슬픔 때문에 얼굴에 고드름 두 개가 생겨났다.

더 큰 슬픔은 이 빙산이 물 부족 국가에게 녹지 않고 유지되어 떠내려간다면 담수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일인데 왜 슬픈가. 그곳까지 떠밀려갔을 때는 이미 물 한 컵도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어느 나라에서는 물 보기가 황금보기보다 어려운 곳이 있는데 안타까움의 눈물이다.

물 부족 국가만이 아닌 모두의 걱정은 해수면이 평균 잡아 연간 1mm정도씩 상승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해수면은 남극빙상의 질량균형에 의해 좌우된다. 이 사실을 알고도 왜 다들 가만히 있는 것일까.

가만히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해결해 나갈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과학자들이 이곳에 와있는 이유고 앞으로 계속 더 이곳을 괴롭힐 이유인 셈이다. 극지를 괴롭히는 개발이 있다면 통신과 운송시설인 관광이다.

극지에는 자원이 많지만 눈으로 보는 절경도 아주 소중한 자원이 된다. 이를 보기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면 이곳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부터 황폐해 질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국제법이 생겼지만 이는 지금 있는 과학자들부터 신경 써야한다.

개발은 조금씩 나아져야 하는 것인데 한 가지 측면만 보고 개발했다가 큰 낭패를 보기 쉽다. 모두를 위한 연구를 하고 개발을 하자.

극지 과학자는 고드름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이곳의 모든 것이 그들에게 연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해, 모두를 위해 ‘인류공영을 위한 극지연구’책을 조심스레 써내려 나간다.

춥고 아주 먼 곳에서 어떤 이가 떨어진 책을 줍는다. 그 책의 제목은 ‘모두를 위한 극지연구의 길’이라는 책이었다.

모두에게 극지연구는 아직 남겨진 숙제가 아니라 꼭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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