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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

'어둠 속의 대화' 해보니 (시각장애인 체험)

후기자 2019. 9. 1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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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대화', 이 체험을 통해 칠흑같은 어둠 속 참 많을 것을 보았고, 또 느꼈다.

'DIALOGUE IN THE DARK' 어둠속의 대화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Dr.Andreas Heinecke)에 의해 시작됐으며, 32년간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32개국 160개 지역에서 1200만명 이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거듭해 가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 북촌마을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가 유일하고, 청주에는 이와 비슷한 '어둠 속의 동행'이 있다.

(사)광주전남행복발전소·어둠속의빛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6일 서울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시각장애인체험관 건립 추진을 위한 선진지 탐방’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조호권 전 광주시의장, 김용집 광주시의원, 일반시민 등 '후기자'를 포함한 20여명이 참가했다.

어둠속의 대화 출입구

100분 동안 단 하나의 빛도 허용하지 않는 곳에서의 체험, 이곳에서는 관람이라고 한다. 영화나 연극 관람이랑은 차원이 다른....

몇가지 관람 규정이 있는데, 숙지하고 여행을 떠나면 좋을 듯 하다.

관람 당일 지각 등으로 인한 중도 입장은 불가능하며(최소 관람 15분 전에 도착), 체험 도중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화장실 미리가기)

1회차당 입장 가능 인원은 최소 1명에서 최대 8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컨디션 난조, 폐소공포증 등의 증상으로 인해 어둠 속에서 안전한 체험이 어렵다면 지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주자 역시 입장이 제한된다. 음주자의 경우 빛이 있어도 힘든데, 없다면 난리가 나겠쥬?

이밖에 로비 및 체험전시장 내부로의 음식물 반입이 금지, 휴대폰, 인화성 물질, 야광 물품, 지갑, 귀중품, 안경, 콘택트렌즈, 모자, 가방 등이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돼 있다.

또한 시각이 배제된 완전한 어둠 속에서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다. 따라서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분들은 사전 협의 후 가능하다. 일행의 통역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다른 관람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제한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셨나요?"

 

지난 6일 오후 4시 서울 북촌마을에 위치한 ‘어둠 속의 대화’ 체험관.

단 하나의 빛도 허락하지 않는 곳.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그곳에서의 100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이 시작됐다.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장시간 동안 앞이 보이지 않은 적이 없는 후기자에게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됐다.

특히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휴대폰은 물론 시계, 안경 등 어둠 속에 무용지물인 각종 물건들을 보관함에 넣어둘 때는 마치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8명이 한 조가 돼 시각장애인 ‘로드마스터’의 안내로 시작된 ‘어둠 속의 대화’는 칠흑 같은 어둠탓인지 출발초기에는 답답함이 밀려들면서 순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여기에다 이곳에서는 적응시도 통하지 않는 탓에 한발자국 떼기도 두려웠다.

하지만 로드마스터의 차분한 음성이 들려오면서 이내 두려움과 답답함을 뒤로 한 채 조금씩 어둠 속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들여놓자 새소리와 물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일상의 숲에서 듣던 소리지만, 울창한 숲 속은 상상만으로 그려야 했다.

다시금 쭈뼛쭈뼛 어둠 속을 가로질러 걷다보니 선착장에 도달해 배에 타고 있었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출발했고 보이지 않지만 바다가 펼쳐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재래시장도 어둠 속에 존재했다. 시장 상인들이 준비해놓은 좌판에는 갖가지 상품이 놓여 있었고, 손끝 촉각을 이용해 상품을 추측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암흑 속에는 ‘카페’도 있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마시는 음료는 청량했다. 그러나 눈으로 보지 않고, 혀끝으로만 음료의 이름을 분간한다는 것은 여간 쉽지 않았다.

이처럼 어둠 속에도 일상의 공간이 존재했다. 다만 빛이 없을 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두려움 없이 전시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 때문”이라는 로드마스터의 말은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했다.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 ‘어둠 속에 빛을 찾아’ 더 열심히 살고 사회와 소통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로드마스터에게1
로드마스터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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